
그닥 막 정보나 소개를 찾아다니지 않으니까 생소한 책들은 잘 안보게 되는데
우연하게 몰랐던 작가의, 몰랐던 책을 읽기 된 경위라면-_;;
주영언니가 '그 후'를 읽고 난후 친구와의 대화때문에ㅋㅋ (친구는 나쓰메 소세키를 매우 좋아한다고)
주영언니 : 아 책 정말 좋더라.
친구 : 그치 그치? 나는 나쓰메 소세키 모르는 사람 불-쌍해 ㅎ
주영언니가 나에게 : 내 친구가 나쓰메 소세키 모르는 사람 불-쌍하대
나 : ...그럼 나 불쌍한거야?
주영언니 : 응 너 ㅈㄴ 불쌍해 ㅋㅋ
바로 읽기 시작해따 -_;; 난 쉬운 독자니깐
에.. 뭐랄까.. 사람의 마음이라는건 하루에도 몇번씩 몇십번씩 바뀌는 거고, 순간 순간 이것에서 저것을 넘나드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이라는건 워낙 유동적이고 단편적인 것들이라, '말'이라는 어쩌면 제한적인 도구의 제한된 특정 단어를 사용해서 미묘한 '바로 그 순간의 바로 그 상태'라는 무언가를 설명하는건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많은 곳에서는 그런 미묘한 상태를 직접적으로 묘사하거나 설명하기 보다는 은유나 비유나 대유등의 많은 방법으로, 뭐 말하자면 한번 포장해서 풀어내는 방법으로, 정확히 바로 그것! 은 아니지만 그것을 대신 말해줄수 있는 무언가 -시나 노래등의 예술 활동이 대부분 그러하듯이-를 통해 대신 말하게 하는데, (그런 일련의 모든것들이 장황한 설명을 하지 않고서도 말하려는 주제에 대해 거의 근접하게 소통이 되었을때 그걸 예술이라고 하는것 같고 물론 그것또한 훌륭한 지적 행위이지만)
사과가 빨갛다고 보이는 그대로 느낀 그대로의 사실을 직접적으로 말로 내뱉는 순간, 말하려던건 사과가 빨갛다는 그이상의 무엇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되고 빨강과 사과는 소통되지 않는 무언가의 갭이 생겨서, 오히려 '사과는 마치 무엇 같아보여요'라는 무언가를 빌려서 말하는 편이 원래 의도했던 바에 근접하게 되는 점이 아이러니 하게 되는데.
암튼 내가 느낀 나쓰메 소세키라는 작가의 훌륭함은, 말하자면 위와 같은 어떻게 보면 한번 빙-돌아가는 방법이 아니고 직접적으로 말하되 의도한 바를 제대로 말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해야하나? 이게 뭔가 그냥 직접적으로 말하면 쉬울것 같지만서도 사실 그렇지가 않으니까 말이다.
적지않은 분량의 소설안에서는 딱히 화끈한 정사신이 나오는것도 아니고, 고소한 치정싸움이 나오는것도 아니고 엄청난 대립과 갈등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사건도 없다. 그렇지만 내내 긴장을 늦출수가 없는건 몸을 부딪히는 싸움보다 어쩌면 더 드라마틱한, 매분 매초 달라짐을 느끼는 심오한 인간의 내면 심리를 거울같이 환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
이렇게 뭔가 막상 하려면 쉽지않은, 바로 그것을 그대로 드러내기 위한 유리같은 표현과 감정상태의 서술, 행동의 원인이 되는 심리상태등을 제대로 표현하는걸 작가의 재능이나 능력중에 하나라고 한다면, 나쓰메 소세키와 알랭 드 보통 이 두사람은 최고인것같다. 두사람의 글과 표현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동서양의 그것처럼 확연히 다르긴하지만 읽을 때마다 감탄하고 너무 정확한 문장에 헛웃음이 나오는건 두사람 다 마찬가지 인것 같다.
말이라는건, 글이라는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하고 빛나기도 하고 오묘한것. 그래도 세상에 책이라는게 있어서 참 다행이다. 아직 읽진 못했지만 약간이 연작 느낌으로 '그후'의 주인공의 이전 이야기와 다음 이야기 격의 소설이 더있다고 하니, 왠지 기대도 되고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현실은 언제나 내맘같지 않아 냉정하고 잔인하니까 적당히 타협하는것이 쉽게쉽게 유들유들 하게 살아가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일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도 모른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나하나, 스스로가 알고있고 느끼고 있다면 도피하거나 거짓으로 행동해서는 안되는게 맞는거겠지. 내가 나에게 당당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어찌보면 속편한 도련님으로 남을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자신을 잘 알고, 소신을 지키고, 쉽지 않은 길을 택했지만 늦게나마 진실을 알았을때라도 비겁한 변명으로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도피하지 않는 주인공에게 조용한 응원을 보낸다.
두사람 다 여느때처럼 가벼운 기분으로 말할수가 없었다.
다이스케는 술을 힘을 빌려야만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는 전부터 진심을 털어놓을 때는 반드시 평소대로의 자기 자신이어야만 한다는 각오를 했었다. 그렇지만 정색을 하고 미치요를 대하고 보니 처음으로 한 방울의 알코올이 그리워졌다. 몰래 옆방으로 가서 평소에 마시던 위스키를 컵으로 마시고 올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결국 그렇게 할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거리낌 없이 평소릐 태도로 상대방에게 공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면 자기의 진심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술기운이라는, 일종의 장벽을 쌓아서 그것의 엄호를 받고서야 비로소 대담해진다는 것은 비겁하고 잔혹하며 상대방을 모욕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의 관습에 대해서는 도덕적인 입장을 취할수가 없게 되었다. 그 대신 미치요에 대해서는 조금도 비도덕적인 동기를 가지지 않을 생각이였다.


덧글
2009/05/01 22:28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TakeTree 2009/05/02 02:02 #
그래도 남들의 끄적거림이라곤 생각 안하고, 그들의 생각과 인생이고 내가 아닌 인생임에도 내 마음에 위로가 되고 그러면 그냥 고맙고 신기한거라고 생각해서 앞으로도 책은 열심히 읽으려고 하는데... 좋은책 많단 말이예요! 언니도 삐딱선 그만타고!! 버럭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