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by 아리난



나는 내 나름대로의 경험을 토대로 그를 돕고 싶었다. 나는 그에게 내가 근처에 사는 이웃 중 한 사람이라는 것과 낚시나 다니며 빈둥빈둥 노는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실은 나 자신도 일을 해서 먹고 산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내가 밝고 깨끗하고 아담한 집에 살고 있으며, 그의 집처럼 낡은 집을 1년동안 세내는 금액만을 가지고도 내 집을 지었으며, 그도 원한 다면 한두 달 안에 궁전 같은 자신의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차나 커피, 버터나 우유나 육류를 먹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얻기 위하여 힘든 노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 그리고 중노동을 하지 않으니 대식을 할 필요가 없고, 그리하여 식료품 값으로는 아주 적은 돈만을 지출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기본 식량이 차, 커피, 버터, 밀크와 소고기이므로 그것들을 얻기 위해 중노동을 해야하며, 중노동을 하면 신체의 소모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하여 다시 대식을 해야 한다는 점, 그러니 결국은 마찬가지인것 같지만 그가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몸까지 축내고 있으니 실은 손해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자신이 미국에 건너온것을 잘한 일로 생각하는데, 그 이유가 이곳에서는 차와 커피와 고기를 매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참다운 미국은 그런 것들이 없이 살아갈수 있는 생활양식을 자유로이 추구할 수 있는 그런 나라여야 하며, 또 노예제도나 전쟁을 국민이 지지하도록 국가가 강요하고, 그런 물건들을 사용하는데서 직접 간접으로 초래되는 쓸데없는 비용을 국민이 부담하도록 강요하는 일이 없는 나라여야 하는 것이다. 나는 마치 그가 철학자이기라도 한것처럼, 또는 철학자가 될 의향이 있는 사람인것처럼 이런 이야기를 그에게 진지하게 들려주었다.

나는 그에게 그가 힘든 개간 작업을 하기 때문에 두꺼운 장화와 튼튼한 작업복을 필요로 하며 또 그것마저 쉽사이 닳게 마련이지만, 나는 가벼운 구두와 엷은 옷을 입고 있으니 신사같은 옷차림으로(사실은 그렇지도 않았다) 보일지 몰라도 실은 그가 들인 비용의 절반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원하기만 하면 한두시간의 수고로 이틀간 먹기에 충분한 물고기를 잡든가, 아니면 일주일을 지탱하기에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는데, 그것은 노동이 아니고 오락을 하는 기분으로 그렇게 할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그와 그의 가족도 소박하게 살려고만 한다면 여름에는 모두 허클베리를 따러 놀러갈 수도 있는 여유를 갖게 될 것이라고 나는 덧붙였다.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의 <베이커 농장> 중에서



간만에 일찍 일어나 책을 보다가 소리내서 크게 웃었다. 정말 점점 그런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책에서 딱 정확하게 내가 느낀것을 말해주는것 같아 큰소리로 호쾌하게 웃었다.

어제 오랜만에 코스트코에 가서 손에 다 들지도 못할만큼 식량을.. 택시비가 아까우니까 지하철을 타고서 낑낑 대며 시장바구니에 커피랑 머핀 바나나같은것들을 잔뜩 넣고 계단 계단 사이를 쉬어가며 간신히 집에 데리고 왔다. 다시한번 느낀거지만 지하철은 계단이 너무 많다-_;; 몸이 불편하거나 장애인들은 정말 대중교통 타고 다니기 힘들것같다. 

암튼 그렇게 힘들여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온건, 택시비를 쓰는대신에 빵을 한개 더 사자는 미련하고 알뜰한 생각때문이었는데 오면서 생각해보니까 뭔가 우스웠다(그치만 집도착하자마자 사가지고온 초밥과 커피를 황급히 마시며 금방 잊어버렸지만-_;; 난 쉬운녀자...)

그나마 이젠 고기를 먹지 않으니까 그러한 고민과 우스움이 아주 많이 줄어들었다는것이 몹시 다행스러웠다. 운동장 같이 넓은 코스트코의 반정도의 공간에는 고기와 햄, 각종 고기맛이 나는 음식과 가공식품들이 있다. 물론 그것들이 맛있는거야 당연히 알고 예전에는 나도 강호동처럼 아침부터 삽겹살을 구워먹을만큼 무척 좋아했지만-_;;; 눈이 아플 정도로 많은 종류의 음식이 있는 그곳에서 아무 고민과 스트레스 없이 무관심해 질수 있다는 것이 진심 기쁘고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고기를 먹지 않기로 결정하고 난 이후로는 가격과 영양과 칼로리와 맛 사이에서 갈등하고 주저주저 고민하고, 이것과 저것을 비교하고, 선택과 기회비용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야 할 일의 반이 없어졌다.


저번 설날에 엄마랑 같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내가 내겠다고 하고 계산을 했는데, 엄마가 미안해 하시면서 얼마 나왔냐고 물어보시더니 확실히 고기를 안사니까 생각보다 많이 안나왔다고 신기해하셨다. 집안에서 가장 식성이 좋았던 내가 고기를 안 먹기로 한 이후로는 아무래도 고기를 먹는 횟수가 줄었고, 명절이면 자연스레 해먹던 갈비라든가 불고기 같은 음식들도 전보단 덜 해먹게 되었는데(언니는 이것에 굉장히 불만이지만-_;;;) 그렇게 되어감으로써 당연히 장보는 비용도 적어지고, 질겨지지 않게 하거나 더 맛이 좋게 하기위해 여러번 손질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줄었고, 고기기름이 잔뜩 묻은 그릇을 닦지 않아도되니까 세제를 쓰지 않고도 깨끗한 설거지를 할수 있었다. 그래서 좀더 여유로운 명절을 보낼수 있게 되었다.


이제 2년밖에 안되었지만, 고기를 안먹기로 한건 내가 한것중에 담배를 끊은것보다 잘한 일 같다. 정말 그 두가지를 생활에서 지움으로써 나는 마음에 평화와 행복을 얻었다. 정말 얼마나 다행인가. 만세.


요즘 점점 루시드폴님이 좋아진다. 
침대에 누워 월든을 읽으며 루시드 폴을 들으며 참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고맙습니다 두분.








덧글

  • 최야옹♩ 2010/03/03 11:12 # 답글

    고기를 먹지 않아욤? -ㅁ-
  • 아리난 2010/03/06 12:20 #

    ㅇㅇ 안먹기시작한지 좀 됐어요.
  • 잠자는코알라 2010/03/05 00:59 # 답글

    아리난님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고기맛을 원래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다면 모를까 좋아하심에도 불구하고 끊으신 그 의지가.. 저는 정말 그것만은 못할 것 같거든요. 설거지에 대해 이야기하신 부분에서 정말, 우와 그렇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요즘 너무나 피부가 안좋아져서.. 뭔가 대대적인 생활습관 교정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데 아리난님이 전에 한번 포스팅해주신 따뜻한물 마시기인가? 그것과 더불어 언젠가는 한번 실천해 보고 싶네요.
  • 아리난 2010/03/06 12:26 #

    그런데 신기한건요. 그렇게도 고기를 좋아했는데 먹기 않아야겠다고 생각한 시점이후로는 한개도 안먹고 싶은거있죠. 식구들이나 주변 지인들은 모두 알정도로 유명한 대식가였고 치킨이나 고기 정말 잘먹었거든요.
    그래서 대단하다고 생각하실건 없는게;;; 안먹고 싶어서 그냥 안먹게된거라서 딱히 불굴의 의지가 필요하지 않았어요;;;;

    안먹기 시작하면서 달라지는 부분들이 하나 둘씩 생기니까 더욱 먹어야할 필요성이 없어져서 더욱 먹고싶지 않아지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것 같아요.

    저도 피부 참 안좋았는데-_;; 확실히 채식하고 나서는 좀 좋아진 부분도 있고 그렇거든요. 지금도 그렇게 백옥같은편은 아닌데 그래도 먹는걸 조절하고 나서부터는 전보다 안색이 많이 좋아졌어요. 다른거 없이 찬음식 많이 드시지마시고 따뜻한음식과 물 많이 드시고 몸을 항상 따뜻하게 해보세요. 뱃속도 편해지고 피부도 많이 좋아질거예요~
  • 2010/03/05 20:25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아리난 2010/03/06 12:27 #

    어머 앨범나오나봐요ㅋㅋㅋ 이게 얼마만이야ㅋㅋ 살아는 있었구만요-_;;
    언니는 공연 갈거예요? 나는 날짜 맞으면 갈까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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