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방송 by 아리난



머리가 아프다. 뭐가 어찌된 일인지 현실감이 없는 박근혜 당선자의 날. 


설마라는 녀석이 인정사정 없는것은 알았지만 정말 설마ㅋㅋ 라고 생각했던 현실이 일어나버렸다.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 개표방송을 보면서 도저히 집에 있을수많은 없어서 무작정 개표소로 나갔다. 잘못된 주소로-_;;

물어물어 돌고돌아 찾아간 개표소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구역을 나누어 바쁘게 개표용지를 분리하고 있었고, 나처럼 일반인으로 온 사람도 더러 몇명 있었다. 투표함이 여러번 왔다갔다 하는 사이 유력은 점점 확실이 되어가고 있었고, 나는 그저 무력하게 개표방송과 개표소 상황을 바라보고 있을뿐이였다. 

그저 그게 다였다. 그저 바라보고 있을수밖에 없는 한명의 듣보잡 소시민. 난 무얼 기대하고 여기에 온걸까.
그래도 혹시나 혹시나 싶은마음에 버티다가, 도저히 역전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불행한 예감이 더이상 예감이 아닌 확신이 되었을때 개표소를 터덜터덜 나왔다. 

진심 어찌할수없이 절망적이였다. 
24시간 롯데리아가 보이자 순간, 들어가서 치킨이랑 불고기버거를 한꺼번에 세개정도 먹어버릴까 싶은 충동이 들정도로 절망적이였다. 세트로다가.
 
무거운 무력감이 온몸에 늘어져서, 화장을 지우지도 못하고 대충 구겨져 있다 잠들었다. 
 

느즈막히 일어나 찬찬히 집안일들을 하면서 생각해봤다. 왜 이리도 절망적인걸까. 

헛된 희망보다 잔인한것은 없다. 
그렇다면 그것이 정말 헛된것이였는가? 처음부터 희망따위는 없었던 것인가? 

애초에 왜 희망을 품었던것일까? 


이미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인간에게 정의를 앞세우며 그것들을 내놓으라고 한들, 자진 납세할 인간은 거의 없다. 
여지껏 호위호식 하면서 사셨죠? 자, 그런데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재산, 당신 부모님이 물려주신 권력, 그거 실은 당신 부모의 부모의 부모가 아주 치사하고 더럽게 모아서 생긴거예요. 정의에 어긋난다구요. 그러니까 빨리 뱉으세요. 

라고 누군가 내게와서 말한다면, 나인들 지금껏 누려운 편리하고 쾌적한 생활을 버릴수 있을것인가? 정말 그나마 백번 양보해서 한.. 30%쯤 반납한다면 양반이지 않을까? 


그치만 30%는 고사하고 3%도 내기 아까운게 사람맘이고, 어쩌면.. 그 사람이 특히 나쁘기때문이 아니고, 본인도 스스로 원해서 친일파의 아들딸로 태어난게 아닐텐데 갑자기 나쁜놈이라는 비난을 받게된다면 영문도 모른채 당황하게 될테고, 사람은 당황하게 되면 자신을 보호하기위해 어리석인일이나 비겁한 짓을 저지르기 쉬운게 당연한 자극과 반응이니까..

차라리 그사람으로써는 3%의 자원을 활용해서 나에게 뱉으라고 말한 사람을 없애버리거나, 본보기삼아 병신을 만들어버리는게 쉽지않을까. 그리고 다신 그런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경비를 강화하고 주변의 입단속에 몹시 신경쓰겠지.


 
대장금에서 장금이네 엄마를 죽였던 최상궁이 마지막에 하는 대사중에 그런게 있었다. 
그게 내가 저지른 최초의 나쁜짓이라고, 그일이 시작이 되지 않았다면 자신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거라고.

그래, 어쩌면 장금이네 엄마가 그 일을 못보았거나, 모른척 해주어 그냥 헤프닝으로 넘어가게 되었다면, 최상궁도 굳이 친구였던 장금이 엄마를 죽이지 않았어도 됐을테고 못된 그들과 한배에 타는 일없이 나름대로의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치만, 삶이라는게 그렇게 내뜻대로 되어주는것이 아니기에 어려운거겠지. 
그치만,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결국 선택이 축적되어 삶을 만든다. 


만약 최상궁이 늦게나마 후회를 자각하여 장금이에게 정말 진심으로 사죄를 하고, 현재까지 걸어온 자신의 인생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면 조금쯤은 달라졌지 않을까? ..그렇지만 용서는 구한다고 구해지는것이 아니고 내가 원하는 좋은 결말이 아닌 최악의 상황으로 갈수도 있는거니, 모든것을 잃어버릴 각오를 하고 용서를 구할수 있는 용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최상궁이 악업에 계기가 된 그때의 상황이나 그런 동기를 제공한 장금이네 엄마를 원망스럽게 생각하는 맘이 이해가 안되는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들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하기위해 그 이후 계속계속 저질러온 다른 잘못들까지 패키지로 묶는것은 비겁한 변명이나 자기 합리화가 아닐까. 

날이선 칼자루를 내손에 쥐어준건 남일지 몰라도, 칼을 쥔 손에 힘을주어 찌른건 나의 선택이다. 


항상 자기반성보다야 남탓, 상황탓 하는것이 쉽고 편리하다. 그리고 사람은 불편한것보단 편리한것을 택하기 쉽게 만들어져있다. 속상하지만.. 정말 어찌할수 없이 받아들여야할 현실이다. 

그저 한사람 한사람 모두가 각자의 상황에서 매일매일 본인이 행복해질거라고 믿는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어제 그 선택이 모여 51.6% 라는 득표율로 대통령을 만들었다. 


 
개표방송 내내 아니겠지, 곧 달라지겠지 믿었지만 결국 온통 빨간색의 지도를 보면서, 뭔가 나에겐 너무 폭력적이고 절망적인 느낌이라 순간 현기증이 났다. 

그래서 개표방송을 끄고 이민가는 방법을 검색해봤다ㅋ 정말로 이것이 바뀌지 않는 현실이라면 이민을 가는게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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